요즘 한국사람들은 왜 그렇게 쿨한 척 하는 사람들이 많을까... 더불어서 왜 그렇게 자신은 특이한 사람인 척, 남다른 생각을 하는 척, 사차원인 척 하는 사람들이 많은걸까... 이렇게 말하면 또 누군가는 그러겠지? "지금 네가 한 말의 근거를 가져와봐." 웃기고 있네. 상식으로 가장된 억압때문에 상식이란 것이 무시당하곤 하지만, 상식이란게 있긴 있는거고, 특이하게 살고 생각한답시고 다른 사람들 생각을 무시하는 비겁함보다 조용히 사는 사람들이 더 훌륭하다고 본다. 그리고 쿨한 것과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는건 다르다고. 비록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쿨한 척하는 너님의 생각보다 고리타분하다고 여겨질지라도 말이지. 참 이상하다. 현실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은거 같은데, 왜 온라인에는 쏘쿨족이 많은걸까? 아니면, 내가 쏘쿨족 아닌 사람들을 주로 보는 것인가? 모르겠다. 논리고 생각이고 뒤죽박죽 글... 그렇다고 아무도 테클도 걸지 않을 블로그라서 햄볶는다.
요즘은 아이돌 이야기를 별로 안하고 있지만, 그래도 (thanks to internet)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내가 찾을때마다 나를 즐겁게 해줄 수 있는 건 아이돌들이었다. 쓰고보니 왠지 슬픈 문장같지만, 가족도 친구도 애인도 현실에선 내가 보고 싶다고 언제나 볼수 있지는 않고, 또 그들은 현실의 사람들이므로 현실과 얽혀있는 관계이기도 한 건 사실이니까. 그래서 마치 예쁜 만화속 세상에 사는 것 같은 아이돌들이 현실의 사람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아이돌들의 퍼포먼스는 때론 이쁘기도, 멋있기도, 재밌기도 하지만, 그 중 가장 흡입력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던 동방신기. 격렬함과 애절함을 넘나드는 다섯명의 퍼포먼스와 그들의 성공 스토리는 진정 현실 속의 이야기가 아닌 그들의 세계에만 존재하는 꿈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그 다섯 아이들이 이 지저분하고 머리아픈 현실로 뛰어들어왔다. 현실세계에서 그들을 마주하는 일은 낯설고 당황스럽다. 물론 쟤들도 똑같은 사람이라는 기본 명제는 인지하고 있다하더라도 그들이 늘상 보여주던 꿈같은 표정은 현실의 잔인함이 그들과는 먼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
그런데 도대체 왜???? 나는 의아했다. 승승장구하던 그들, 완벽에 가까운 내공을 보여주던 퍼포먼스, 고지를 바로 눈앞에 둔 그 곳에서 왜 멈춘걸까.... 나는 사실 지금 언론과 세상에 알려진 남들에겐 가쉽처럼 다루어지고 있는 이야기에 대한 관심보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르고 보다 (사실 여기 얽힌 이해당사자 각자의 입장이 다 그럴수 있다고 본다. 단지 그들 모두는 서로 이해와 양보, 타협을 못하거나 안할뿐), 왜 고생끝에 이루어낸 성공의 트로피를 목전에 두고 여기서 멈추었는가에 관심이 갔다. 인권이건 금전이건 또 다른 무엇이건 그들 다섯에겐 보장된 성공보다 여기에서 멈추어야할 나름의 이유가 있었겠지. 그래서 서로 타협하지 않고 각자의 입장을 고수, deadlock 상태, 자칫 서로 시시비비를 가리는 과정에서 동반침몰로까지 갈지도 모르겠다. 안타까웠다. 개인적으론 멋진 퍼포먼스를 못보게 된다는 게 안타까웠고, 저들이 비록 남이긴 하지만, 고지의 목전에서 그걸 놓치는 저들이 안타까웠다. 본인들도 상실감이 크겠지만, 그걸 지켜보는 사람들도 (비록 일면식이 없더라도) 안타까운건 매한가지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자신들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상황이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건 핑계인 경우가 많다. 마치 사랑해서 곁에 있고 싶지만 헤어져야 한다는 말이 더이상 너와 사랑하고 함께할 의지가 없다는 말을 내포하고 있는 것처럼...... 고지에 오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누가 방해를 해거나 유혹을 해도, 무거운 짐을 지고 몸이 부서질것 같더라도 오를것이다. 그러나 고지가 바로 앞이라도 자신이 지금 9부 능선에 도달해 있더라도, 그 고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면, 또는 그 고지를 오르고 싶어도 더이상 가는게 힘이 든다면, 그 자리에서 멈출수도 되돌아 내려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엔 당사자의 판단과 의지에 달린 것일뿐, 그리고 결과는 각자가 감당해야 하며 그것에 대해 남들이 뭐라고 비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해전 나의 어머니가 나를 보면서 느꼈던 상실감도 같은 것이었을 것이다. 비록 저들처럼 아시아 정복(?) 같은 건 아니었지만, 어느 길의 9부 능선에 서있던 내가 자의로 그곳에서 뒤돌아섰던 그때..... 한편으론 고지에 오르고 싶었지만, 결국엔 거기서 Pause하기로 한 선택은 내가 한 거였다. 주변 사람들이 왜냐고 묻고 안타까워했어도 그들은 내가 아니었고, 그게 다였다.
결국 본인의 의지에 달린 것이고, 現동방신기 멤버들도 팀유지와 동방신기로서의 더 큰 성공을 위한 타협 또는 화해보다 다른 것에 더 비중을 둔다면, 또는 동방신기로서(또는 아이돌가수로서) 살아가는 것을 더이상 원치않는 마음이 있다면, 여기서 멈춘다고 해도 그건 각자가 감당해야 할 선택일 것이다. 그 선택의 결과가 때론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무거운 것일수도 있지만, 그것 또한 그들의 삶이다. 어쨌든 동방신기건 또 다른 어느 아이돌이건 꿈의 세계에서 현실의 시궁창으로 내려온 아이돌을 바라보는 건 그리 유쾌하지는 않은 것 같다.
어릴 적 아버지께서 사업을 하시다가 사기를 당하시는 바람에 집이 굉장히 어려웠던 적이 있었다.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걸 막으시려 여기저기 돈을 빌리러 다니시는 부모님을 보는 어린 마음도 차마 겉으로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불안하고 두려웠었다.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건 간신히 막았지만, 우리는 낯선 동네로 잠시 이사를 갔다. 그동안 걸어서 학교에 다니던 동생과 나는 버스를 타고 통학을 해야만 했다. 낯선 동네에서는 잠시 몇달동안만 살 계획이었기 때문에 부모님은 두번씩 전학을 하는 대신 버스 통학을 하는게 나을 거라 여기셨었기 때문이었다.
부모님없이 혼자서는 버스를 타본 적이 없었던 동생과 나를 처음 며칠간은 엄마가 학교까지 바래다 주고, 학교로 데리러 오셨었다. 집에서 타는 버스 정류장도 학교에서 내리는 버스 정류장도 상당히 멀었기 때문에 그 해 겨울 엄마와 동생과 나는 추운 길을 한참동안 걸어야만 했었다. 그래도 우리 셋은 가며 오며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이야기들을 정답게 나누었었다. 그리고 길이 익숙해진 후에는 동생과 둘이서만 등하교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긴 통학길이었지만, 둘은 불평하지 않고 (어렸지만 불평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했었나보다) 함께 길을 걸어 학교에 갔고, 방과 후에는 학교 앞에서 만나서 또 그렇게 함께 집으로 돌아왔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학교까지 가는 길은 다채로웠다. 그냥 황량한 공터도 있었고, 시장께를 지나고, 주택가와 아파트들을 지나고, 학교와 가까워질수록 문방구며 뽑기 장사들이 있는 지루하지 않은 길... 그 길을 세상에 둘도 없는 동생과 말벗하며 의지하며 즐겁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버스 정류장 근처의 공터에 천막이 세워졌고, 동네방네에 촌스러운 포스터가 나붙었다. 가끔 확성기를 단 트럭이 선전을 하기도 했다. 곡예, 뱀처녀, 괴물인간 등등 TV에서만 보던 서커스를 선전하고 있었다. 동생과 나는 이른 아침 공터의 천막을 지나며 서커스 단원들이 나와서 세수를 하거나 운동을 하는 모습들을 보거나 포스터를 보고 매우 흥미로워했지만, 그것을 볼 거란 큰 기대는 하지 않았었다.
처음 한 일주일 이후에는 주로 동생과 둘이서만 학교로 통학을 했지만, 엄마가 시간이 날때는 우리를 데리러 오시기도 했다. 그래서 엄마도 그 서커스 천막을 보게 되었다. 엄마는 우리에게 엄마가 어릴 적 본 서커스 이야기를 해주었고, 우리는 그 얘기를 재미있게 들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엄마에게 서커스를 보여달라고 조르지는 않았었다.
어느 날 아마도 토요일이었던 것 같다. 학교 앞으로 우리를 데리러 온 엄마의 손을 잡고 버스 정류장으로 가고 있었다. 엄마는 그 날 우리에게 서커스를 보자고 했다. 뜻하지 않은 엄마의 말에 동생과 나는 기뻐했다. 드디어 우리도 TV에서만 보던 서커스를 진짜로 볼 수가 있다니...... 간단히 요기를 하고, 기대를 잔뜩 하며 동생과 나는 엄마와 함께 서커스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천막 안은 생각보다 작았고 초라했다. 쇼를 보러 온 사람들도 얼마 없었다. 겨울이라 안이 썰렁해서, 입김이 하얗게 나왔고, 구경 온 사람들은 중간의 난로 주위의 간이 의자에 몸을 웅크리고 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쇼가 시작되었다. 광대 분장의 아저씨가 콩트를 했고, 마술사 아저씨가 TV에서 보던 마술을 보여주었다. 아침에 봤던 아줌마가 반짝이 타이즈를 입고 누워서 통을 돌렸다. 내 나이 또래의 소녀가 긴 나무 막대기 위로 올라가 곡예를 했고, 그 막대기를 벌벌 떨면서 내려오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그 소녀를 동정하며 혀를 찼다. 동생과 내가 가장 기대하고 있던 부분은 뱀처녀와 괴물인간이었는데, 엄마는 다 가짜라고 하셨지만, 사람의 머리에 뱀의 몸을 한 뱀처녀와 얼굴에 혹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괴물인간이 동생과 나에게는 너무나 신기했다. 서커스의 하이라이트인 공중그네는 거의 마지막에 했던 거 같은데, TV에서와는 달리 이 작은 서커스단의 공중그네는 우리 셋 모두에게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은근히 보고 싶었던 서커스 구경을 할 수 있어서 참으로 즐거웠고, 동생 또한 같은 마음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서커스쇼가 끝나고 늦은 오후 우리 셋은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부쩍부쩍 자라는 아이들에게 매년 사주던 겨울 외투와 털장화를 사주기도 어렵던, 생활도 간신히 꾸려나가던 그 때. 내가 다니던 피아노를 잠시만 쉬자고 엄마가 말했을때, 난 어차피 지겨워져서 흔쾌히 괜찮다고 말했지만, 엄마가 그 일로 나중까지 얼마나 마음 아파했는지 알고 있다. 갑작스런 경제난과 믿었던 사람들의 외면, 그렇게 힘든 삶 속에 있던 엄마는 그 어느 겨울 토요일에 동생과 나, 그리고 엄마 자신에게 고된 생활을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의 선물을 했었던 것 같다.
오늘 Flash Forward란 드라마 첫방을 봤다. 한참 전부터 예고편 광고를 많이 하더라니.... 그냥 생각없이 TV 틀었다가 1시간 몰두해서 봤다. 앞으로 스토리가 어찌 될지.... 첫회는 흥미로웠는데, 미드가 자주 그러하듯이 전개가 삼천포로 빠지거나 마땅히 극을 끌어갈 소재나 아이디어 부족으로 흐지부지 끝낼지 모르겠다. 그래도 어쨌거나 전 세계인이 동시에 2분 17초 동안 정신을 잃는다는 설정이 신선하다. 사람들이 깨어난 후 일어난 카오스를 보여주는 장면은 정말 의외였고 약간 충격이었다고 할까.....
이 드라마와는 상관없지만, 길거리나 아무데서나 쓰러져 자고 있는 여자들이 왠지 생각나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니엘 헤니는 그냥 멋있다. 그가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나 자세히 본 적은 없지만, 이 광고만은 수백번도 더 보고 또 봤었다. 아직 헤니가 뜨기 전이라 누군지도 몰랐었는데, 인터넷으로 검색 신공을 발휘에서 이름까지 알아내었었지. 그땐 무명이었으니 그냥 한국인 혼혈 미국 모델이라는 것밖엔 다른 정보가 없었다. 근데 주변 여자들이 다 열광했던 삼순이의 헤니는 그냥 뻔한 설정이라... 그때부터는 재미가 없어졌었다. 그래도 아직도 설레는 이 광고라니..... 특히 이 광고만을 위해서 만들었다는 저 배경음악은 들을때마다 심장이 왈랑거리게 한다. 이 광고에서 헤니는 어떤 컨셉일까...... 사람보다는 저 여자들의 꿈속에 나오는 천사 가브리엘 같다...... 나 진짜 이제 자야할듯...
한국에선 몇십년만에 한번 기회라는 일식을 보느라고 난리였다는데... 다 저녁때 사온 맥주는 다 마셨는데, 취하지는 않고... 미디어법... 한국은 개판이고... 할 일은 많고.... 횡횡 바람이 부는 마음은 갈짓자를 그리고... 잠은 안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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